본문 바로가기
독서 리뷰

소프루

by moloko 2024. 8. 23.


서적 정보


분야: 희곡
출판사: 알마
제목: 소프루
저자: 티아구 호드리게스
역자: 신유진
원제: Sopro
정가: 17500원
펴낸이: 안지미
사진: Nyhavn
형태: 196쪽 • 114*189mm • 255g
초판 1쇄: 2023년 10월 27일
ISBN: 979-11-5992-387-6

한줄 소개


무대의 어두운 뒤편에서 시작하는 희곡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희곡.

책의 첫인상


이 책은 군산의 독립서점인 마리서사에 방문했을 때 선물받았다. 마리서사에선 블라인드로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코너가 있는데, 책의 구절 중 일부만 힌트처럼 붙여 놓고 그것에 끌린 소비자가 구매하는 형식으로 마련되어 있다. 내가 선물받았던 <소프루>도 그랬다. 포장이 되어 있어 책의 외형은 보지 못했으나, 포장지 위에 써진 책 속의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만듦새

 

전체 디자인 및 형태


사륙판과 비슷하나 가로폭이 살짝 더 좁은 크기에 짙은 보랏빛 계열의 색상으로 되어 있다. 반듯한 인상.

앞표지


제목, 원제, 저자, 옮긴이, 사진가 순으로 세로로 중앙에 모아 정렬하여 표기했다. 앞표지에 사용된 한국어 글자는 전부 바탕체를 사용하여 굵기만 다르게 사용하였으나, 알파벳으로 표기된 원제와 저자의 이름 등은 두꺼운 세리프 폰트를 사용하여 독특함을 더했다. 때문인지 알파벳으로 표기된 원제에 시선이 더 집중되는 효과를 주었다. 또 좌상단에는 출판사 알마의 희곡 시리즈 GD(Graphic Dionysus)를 상징하는 로고가 있다.

책등


앞표지와 거의 폰트와 구성이 비슷하나, 간략화하여 기재했다. 다만 앞표지에선 제목과 원제를 글쓴이 위에 표기했으나, 책등엔 글쓴이를 제목과 원제 위에 표기했다.

뒤표지


작가 한정원의 추천사가 대부분의 지면을 차지하고 있고, 상단엔 “기억하는 것이 곧 저항이자 삶이다” 라는 문구가, 하단에는 르 피가로와 르 몽드의 추천사가 굵은 글씨체로 강조해 표기했다. 모두 바탕체를 사용했다.  

면지


면지는 표지보다 상당히 밝은 파란색이다. 표지의 색과는 결이 다른 색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목차


차례엔 이 책에 실린 티아구 호드리게스의 두 희곡 <소프루>와 <그녀가 죽는 방식>, 그리고 옮긴이의 말이 표기되어 있다. 각 목차 오른편에 온점 두 개가 나란히 찍혀 있으며 각 목차가 시작되는 페이지를 간단히 기입해 두었다. 또 옮긴이의 말은 두 작품과 구분해두기 위해 줄간격을 더 띄워 보기 편하게 마련하였다.

간지


각 작품을 구분하는 간지에는 nyhavn의 사진이 프린팅된 종이를 사용하였다. 한국어 제목 아래에 작게 원제를 표기하였으나, 표지의 알파벳 폰트와 다른 단정한 인상의 세리프 폰트를 사용하였다.

본문


알마의 gd시리즈 답게 편집에 실험적인 요소가 많은 편이다. 각 장을 표시하는 숫자 아래에 꼭지가 8개인 별 모양 부호를 삽입하고, 각주를 달 때 *표가 아니라 사각 별 모양 부호를 사용하는 식. 눈에 거슬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개성있고 작품과 잘 어울렸다. 중간중간 사진이 페이지 한 면을 독차지하며 불쑥 튀어나오기도 했다. 사진 속 대상은 텍스트 속 대상과 완전히 부합하지 않았으나 분위기로 서로 보완하며 연결하는 모습이 좋았다. 사진 속 조명은 대부분 간접 조명으로, 빛이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느낌을 주었다. 그러한 부분 덕에 ‘소프루’의 주제인 숨과 무대 뒤편의 프롬프터가 연상되었다. 다만 두번째로 수록된 작품 ‘그녀가 죽는 방식’에서는 사진이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페이지는 하단 중앙에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하였고, 대사 간 줄간격이 넉넉하여 보기 편했다. 또 본문 중간 영어 번역본을 따로 기대해 놓은 부분이 있어 특이했다.  

감상


아주 어릴 적 연극을 보러 극장에 갔었다. 알라딘 이야기를 아라비아풍의 의상과 화장을 한 배우들이 연기했고, 캄캄한 극장 위엔 선명한 조명의 광선이 무대를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 극의 내용은 인상깊지 않았고, 커튼콜을 하며 공주 역을 맡은 여배우에게 안겼을 때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때 모습은 사진으로도 남아 있다. 아무튼, 그때 나는 울음을 터트렸다. 여배우의 화장이 무서워서였을까. 글쎄. 그때 나는 관객의 몸으로 무대 위에 올랐었다. 수많은 조명에 환한 무대의 뒤편은 여전히 캄캄하게 느껴졌고, 어둡고 끈끈한 유기체처럼 보였다. 그때 나는 그 무대가 사람들의 손에 만들어졌고,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 무대는 계속해서 다음 이야기를 잉태할 것이고, 무대 뒤의 사람들은 무대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프루>에서 극의 중심이 되는 이는 극장의 프롬프터다. 프롬프터는 무대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대에 오른 배우에게 대사나 동작을 일러 주는 사람(<소프루>, 9p)이다. 프롬프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극을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게끔 이끈다. 프롬프터는 극장의 예술감독과 이야기하며 무대와 함께했던 시간과, 연극들을 다시 불러온다. 독자는 프롬프터의 대사로부터, 숨으로부터 그것을 체험하게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연극을 자주 보는 편은 아니다. 거기에는 이런저런 이유가 있다. 돈이 없어서. 또 극장이 너무 멀어서 따위의 이유다. 대신 나는 희곡을 사서 읽는 편을 택했다. 하지만 그렇게 희곡을 읽으면서도 희곡의 한계를 늘 생각하게 되었다.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상호작용, 즉 연극이라는 현상을 직접 겪을 수 없다는 콤플렉스에 관해. 하지만. <소프루>를 비롯한 알마의 희곡 라인업 GD에서는 그러한 콤플렉스를 해소한다. 사진을 삽입하거나, 사소한 디테일들을 변경하는 식으로 독자의 독서 경험을 뚜렷하게 바꿔낸다. 이는 <소프루>라는 티아구 호드리게스의 텍스트가 가진 힘이기도 하나, 편집의 힘이기도 하다.

'독서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장미의 창백  (1) 2024.11.09
저공비행  (0) 2024.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