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 정보
분야: 시
출판사: 문학동네
저자:신미나
정가:12,000원
책임편집: 방원경
편집: 임고운
디자인:수류산방
형태: 130*224mm
초판 1쇄: 2024년 9월 12일
ISBN: 9791141601324
읽기 전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시 분야 판매 랭킹을 훑어보다 발견하게 되었다. 저자나 제목에 대한 관심보다 알라딘의 미리보기에서 본 시의 인상이 좋았고, 문학동네 시인선을 평소에 자주 읽다 보니 믿고 구매할 수 있었다.
만듦새
옅은 노란색 표지 위에 보랏빛 바탕체로 저자와 책 제목 등 각종 정보가 적혀 있다. 전면, 측면, 후면의 디자인이 균일하다는 인상을 준다. 왜인지 살펴보니 바코드가 들어간 부분을 제외한 모든 폰트가 모두 동일한 보라색 바탕체를 사용하고 있으며, 글자가 시작하는 열의 윗부분 높이가 모두 같아 시각적인 통일감을 준다. 한손으로 들기에 부담없는 크기와 무게로 작은 손가방 안에 들어가기 적합해 가볍게 가지고 다니며 읽기 좋았다. 표지가 양장이 아니어서 더 부담없이 들고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책날개가 좀 넓어 책날개를 책갈피 대신 사용하는 사람에겐 다소 불편할 수 있겠다 싶었다.
앞표지는 매우 단촐하다. 옅은 노란색 배경 상단에 바탕체로 ‘문학동네 시인선 221 신미나 시집 백장미의 창백’이라는 글씨가 써져 있을 뿐이다. 주목할 점은 두 군데 있다. 저자와 책 이름을 굵은 폰트를 사용하여 최소한의 요소로 돋보이게 했다는 점. 또 따로 줄바꿈을 하지 않아 시집이라는 단어가 첫 번째 줄의 마지막에서 ‘시’로 끝나며, 두 번째 줄의 처음에서 ‘집’이라는 단어로 시작된다는 점. 앞표지를 유심히 보고 나서 이 부분을 눈치챘을만큼 자연스러웠다. 줄바꿈을 잦게 해서 구분을 더 쉽게 할 수도 있었겠으나 이러한 부분 덕에 무심한듯 한끗이 사는 수류산방의 디자인 센스가 돋보였다
책등 역시 앞표지와 동일한 색채와 폰트를 사용했다.
뒤표지의 경우 앞표지보다 훨씬 담고 있는 정보량과 디자인 요소가 많다. 앞표지와 동일한 글자가 써져 있고, 그 아래에 작게 저자 소개가 있다. 그 아래엔 칼로 베어낸 듯한 보랏빛 그래픽이 위치해 있다. 이 부분이 제목인 ‘백장미의 창백’과 무척 잘 어울렸다.
간지의 경우 색이 들어가지 않은 흰 종이를 사용하였는데, 표지와 맞닿은 면이 거칠고 속과 닿은 부분이 매끈한 종이를 사용했다. 선물을 포장한 종이처럼 느껴졌다.
차례는 시인의 말을 시작으로 1부 ~ 4부로 구분해 두었으며, 마지막으로 장은영 문화평론가의 해설이 위치되어있다.
실린 시의 제목과 시 모두 바탕체를 사용하였다. 각 페이지마다 레이아웃을 표시한 실금이 표시되어 있는데, 편집 중 요소를 의도적으로 살려 디자인적 요소로 사용한 부분이 인상깊었다.
읽고 난 뒤
시집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직접 사 읽은 건 무척 오랜만이다. 문학동네 시인선을 좋아하지만 신미나 시인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어 실린 시들의 시대적 맥락이나 시인의 개인적 에피소드를 상상해 가며 읽어야 했기 때문에 더더욱 낮선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제목인 ‘백장미의 창백’은 사실 솔직히 그다지 매력적인 제목은 아니었다. 나는 시집을 고를 때 제목을 보고 받은 느낌으로 시의 경향을 유추할 때가 많은데, ‘백장미의 창백’의 경우 아름다운 단어들이긴 했지만 그 이미지가 시로 다가올 때 정말 좋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 의문은 실린 시를 읽어 가며 차차 해소되었다. 시집의 제목과 같은 이름의 시 ‘백장미의 창백’은 자칫 식상해질 수 있는 시다. 장미라는 시어는 아름다움이라는 의미로 지나치게 쉽게 이어지고, 백장미라는 시어와 창백이라는 시어가 무척 직선적으로 이어진다고 느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절히 배치된 시의 마지막 연이 그런 부분을 잘 무너트려주기 때문에 좋은 시라고 느껴졌다. 다만 ‘비유로서의 광수 아버지’의 경우 메시지에 비해 다소 시가 접근하는 방식이 투박해서 아쉬웠다. 시집의 초중반부도 무척 흥미로웠으나 후반부가 더 돋보였다. 특히 ‘꼭두전’에서 느껴지는 우리나라의 옛 정서와 서술 방식이 최근 읽었던 시 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시였기 때문에 오히려 독자들이 매력을 더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제목에서 느낀 아쉬움의 정체는 아마 신미나 시인의 시가 가진 더 좋은 부분을 충분히 드러내는 제목이 아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수류산방의 미니멀하고 미려한 디자인은 충분히 독자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 맞다. 하지만 겉에 드러나는 정보가 적은 만큼 제목이 주는 느낌에서 더 세심해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좋았던 시 몇 편을 소개한다.
- 검은 바위 물밑에서
- 꼬리
- 나의 음산하고 야성적인
- 북에서 온 사람
- 백탁
- 꼭두전